여헌선생문집 제8권_

잡저(雜著)_

 

영모록서(永慕錄序)

 

무릇 천지의 사이에 몸을 두고 있는 자라면 그 누구인들 자식이 되어 양친부모(兩親父母)가 남겨주신 몸을 계승한 자가 아니겠는가. 다만 기맥(氣脈)을 곧바로 전하여 종통(宗統)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아버지의 성(姓)을 따르고 어머니의 성은 따르지 않으며, 집안에 두 높은 분이 없기 때문에 상복(喪服)에 참최복(斬衰服)과 자최복(齊衰服)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생성(生成)하고 사랑하여 길러준 은혜에 있어서는 실로 어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간격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자식이 어머니에 있어 사랑하고 도와주는 마음이 일찍이 한결같지 않은 것이 아니며, 부모가 아들자식과 딸자식을 사랑하고 예쁘게 여기는 정이 일찍이 차이가 있지 않으니, 이것이 참으로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니겠는가. 성인(聖人)이 외가(外家)의 선대(先代)에 아울러 극진히 하고 외당(外黨)의 여러 친족에 그 후대(厚待)함을 모두 미루고자 하지 않은 것이 아니나, 다만 의리에 똑같이 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형편상 미치지 못함이 있을 뿐이다.
내가 보니, 세상 사람들은 외종(外宗)과 외당(外黨)에 대하여 한결같이 박대하면서 이것을 마침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바, 저들은 그 어머니의 태(胎) 속과 젖 아래에서 정성을 쌓은 수고로운 은혜를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정을 쏟아야 하고 힘이 미칠 수 있는 곳에 어찌 마음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일찍이 한 책을 만들어 정간(井間)을 나누고 내외(內外)의 선대들을 써 넣되 본종(本宗)은 미쳐 아는 바에 따라 그 분파(分派)된 것을 자세히 기록하고, 외종은 모두 시조(始祖)로부터 내 몸까지의 대수(代數)에 이르러 그치게 하였다.
그리하여 대마다 모두 장가든 성씨(姓氏)와 자녀들의 이름과 누구에게 시집간 것을 자세히 기록하였다. 비록 여러 파의 족류(族類)들을 다 쓰지는 않았으나 각자 본래의 보첩(譜牒)이 있으므로 또한 내가 만든 이 책자의 자녀의 이름과 누구에게 시집간 것을 참고한다면 대수와 항렬(行列)을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니, 나는 이 때문에 이 기록을 만들었다.
이 기록을 지목하여 《영모록(永慕錄)》이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효도하고 화목하게 하는 도리를 미루어 넓힌 것이다. 내가 나의 어머니를 어머니로 받드는 마음을 가지고 미루어 올라가 보면 나의 선고(先考)께서 조비(祖妣)를 높이심과 나의 조부(祖父)께서 증조비(曾祖妣)를 높이심과 나의 증조고(曾祖考)께서 고조비(高祖妣)를 높이신 것이 그 정이 또한 어찌 다르겠는가.
또 미루어 올라가 백대의 무궁한 조상에 이르고 또 미루어 넓혀서 외종(外宗)의 외종에 이른다면 그 또한 무궁한 선조에 이를 것이니, 이는 나에게 모두 부모의 도리가 있고 나 역시 모두 후손의 이치가 있다. 만일 미쳐 듣고 알지 못하는 분은 어쩔 수 없거니와, 혹시라도 듣고 또 앎이 있다면 어찌 무관심할 수 있겠는가.
지금 나는 혹시라도 선대의 묘소가 있는 산을 안다면 반드시 이것을 기록하였으니, 혹 그 후손이 된 자들은 내외손(內外孫)을 막론하고 그 곳을 지날 경우 한번 바라보고 절을 올린다면 이 또한 큰 다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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