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精)ㆍ기(氣)ㆍ신(神)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7)
오주연문장전산고 > 분류 오주연문장전산고 인사편 1 - 인사류 2 > 섭생(攝生)
정ㆍ기ㆍ신 세 가지는 본디 인체(人體)의 삼보(三寶)로 되어 있으므로, 섭생(攝生)을 잘하는 자는 이 삼보를 보배처럼 아낀다. 그러나 번번이 정욕에 정복되어 이 삼보를 상실하여 성명(性命)을 마치게 되는데도, 이내 미혹되어 돌아설 줄을 알지 못하니, 어찌 가엾지 않은가. 그러므로 양생 수련가(養生修煉家)들이 이 즈음을 수없이 조정(調停)해 놓았으나, 거저 공론(空論)에 끝났을 뿐이다. 수련 환원(還元)하는 데에는 조만(早晩 이르고 늦은 것)ㆍ연촉(延促 늘고 단축되는 것)의 차이가 있으므로, 늙고 젊은 것만을 가져 공정(工程)의 쉽고 어려움을 단정할 수 없다.
단서(丹書 도가서(道家書)에,
“양생 수련하는 공정은, 의당 나이의 이르고 늦음을 따라서 달라진다. 즉, 정ㆍ기가 완전한 자는 반절의 공정에 갑절의 성과를 보게 되고, 근원(根元)이 휴패된 자는 십분(十分)의 공정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연소(年少)한 자는 욕화(慾火)가 왕성하여 돌아서기를 좋아하지 않고 연쇠(年衰)한 자는 지기(志氣)가 유약하여 지례 안될 것으로 단정하니, 이 도(道)가 번번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옛날에 여순양(呂純陽 순양은 여 암(呂嵓)의 도호(道號))은 64세에 도를 이루고 장자양(張紫陽 자양은 장백단(張伯端)의 도호)은 96세에 도를 이루었다.”
하였고, 또《황정경(黃庭經)》에,
“1백 20세 적에도 오히려 환원(還元)시킬 수 있는데, 범인(凡人)들이 이를 분별하지 못하여 ‘이미 늙었으니,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포기하는 말이 한 번 입밖에 냄으로써,
삼시(三尸)가 좋아서 날뛰고
구령(九靈)이 깜짝 놀라곤 한다. 후학(後學)은 어찌 여기에 힘쓰지 않고 있는가.”
하였고, 또《심인경(心印經)》에,
“세 가지 상품(上品) 약재(藥材)인 정ㆍ기ㆍ신은 바로 선천(先天)의 삼원(三元)이요, 후천(後天)에 있어서는, 몸 안의 원정(元精)은 진음(眞陰)이 되어 한 몸을 윤택하게 하고 이것이 촉감하면 음탕(淫蕩)의 정이 되며, 원기(元氣)는 진양(眞陽)이 되어 한 몸을 따스하게 하고 이것이 방출하면 호흡(呼吸)의 기가 되며, 원신(元神)은 진성(眞性)이 되어 한 몸을 주관하고 이것이 발로하면 사려(思慮)의 신이 된다. 정과 정이 하나이므로 음탕의 정을 배설시키지 않으면 원기가 저절로 넉넉하고, 신과 신이 하나이므로 사려의 신을 감소시키면 원신이 저절로 안정되는데, 정ㆍ기는 단약(丹藥)의 재료고 심신(心神)은 참선(參禪)의 근본이다. 정이 충만한 자는 형체가 윤택하여 영아(嬰兒)와 같고, 기가 넉넉한 자는 입김이 따뜻하여 진화(眞火)와 같고, 신이 안정된 자는 심정(心情)이 차분하여 거울 위의 물과 같으니, 이같은 사람은 단로(丹爐)에 임하는 즉시
연홍(鉛汞)을 얻고 참선에 드는 즉시 심성(心性)을 얻어서, 선(仙)이든 불(佛)이든 가는 곳마다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단로에 임한 자로
용호(龍虎)가 날뛰어 약물(藥物)이 응하지 않고, 참선에 든 자로 마음과 행동이 번요하여 선정(禪定)이 가망 없는 것은 다름아니라, 정ㆍ기가 허탈되고 심신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한 때문이다. 이것을 나누면 삼원(三元)이 되고 합치면 일물(一物)이 되며, 신은 기에 의탁하고 기는 정에 의탁하므로 정이 충만하면 기가 온전하고 기가 온전하면 신이 안정되는데, 정이 그 근본이다. 또 듣건대 ‘남자의 몸 안의 정(精)은 통틀어 1승(升) 6홉[合]으로 1근(斤)의 수(數)이고 호흡의 기(氣)는 81장(丈)으로 99의 수이다. 그런데 남자가 한 차례의 성교를 가지면 1홉의 정이 배설되고 1장의 기가 감축되며, 계속해서 배설하면 정과 기가 다하여 신(神)이 떠나버린다. 그 보사(補瀉 보충되고 소모되는 것)는 사람의 노소(老少) 따라 달라서, 20대 적에는 배설한 뒤 5일 만에, 30대 적에는 10일 만에, 40대 적에는 1월 만에, 50대 적에는 1년 만에 환원(還元)된다. 본수(本數)의 정ㆍ기를 보유한 자는, 숨을 내쉴 적에는 천근(天根)을, 들이쉴 적에는 지근(地根)을 접하고 일신(一身)에 있어서는 하루에 8백 10장(丈)을 순환하며, 일신의 기(氣)가 청정의 문[淸淨之門 뇌해(腦海)를 말함]과 서로 접하여 장위(腸胃) 사이에 드나드는 자는 하루 동안에 수백 차례의 성교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자는 선천(先天)의 기(氣)를 부양하기가 매우 쉽다.’ 한다. 한창 왕성한 나이로 80장(丈) 거리 밖에서 촛불을 불어 끌 수 있는 것은 기가 충만한 증거이고, 빈번한 배설로 진액(津液)이 고갈되어 호흡이 단촉한 것은 기가 위축된 증거이다. 그러므로 이를 아는 자는 정ㆍ기를 금옥(金玉)처럼 아끼고 어리석은 자는 수화(水火)처럼 소모시키니, 매우 한심한 일이다. 어떤 이는 ‘젊은 사람이 이내 정액을 배설시키지 않으면 도리어 울결(鬱結)되어 병이 된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마음 먹기에 달려 있을 뿐이다.
그 욕정이 한창 왕성했는데도, 억지로 참고 배설시키지 않으면 혹 이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마음이 청정(淸淨)한 자는 정액이 아무리 충만하더라도 저절로 배설시키고 싶지 않게 된다. 선철(先哲)의 말에 ‘정이 충만하면 여색(女色)이 생각나지 않고 기가 충만되면 음식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였으니, 바로 이를 이름이다.”
하였다. 그러고 보면 수련 양생하는 방법은 전혀 정을 축적하고 기를 다지고 신을 양성하는데 있는데, 그 근본은 또 마음에 달려 있다. 그리고 연촉(延促)이란 선후천(先後天)을 이름이다. 즉 선천은 짧아도 후천이 긴 자는 선천에 득도(得道)하고 후천에 성도(成道)하게 되므로 더디고 빠른 차이가 있다. 이를 소위 ‘개방하면 육합(六合 천지(天地)와 사방(四方))에 충만하고, 요약하면 한 주먹 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소자(邵子 송(宋)의 소옹(邵雍)의《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에 천지(天地)의 겁수(劫數)를 논하면서 그 연촉(延促)에 대해 극론(極論)하여, 늘이면 일원(一元)인 12만 9천 6백 년이 되고, 단축하면 일시(一時)인 12만 9천 6백 사(絲)가 된다 하였으니, 이를 들어 논한다면 아무리 오래고 빠른 차이는 있으나 서로 이어져 끊임이 없으므로, 갑자기 단약(丹藥)을 얻는 순간에도 일원(一元)의 수명(壽命)을 절취(竊取)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삼보(三寶)란 아껴야 할 물건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잠시의 욕정을 참지 못하다가 끝내 한평생의 보물(寶物)을 그르치는 자는 대체 무슨 심사란 말인가. 그러므로 내가 이를 후생(後生)의 경계로 삼는 바이다.
삼시(三尸) : 도가(道家)의 용어로, 첫째 상충(上蟲) 팽거(彭琚)는 뇌중(腦中)에, 둘째 중충 팽질(彭質)은 명당(明堂)에, 셋째 하충 팽교(彭矯)는 복위(腹胃)에 사는 벌레인데, 사람의 정진(精進)을 방해한다. 이 삼시만 퇴치시키면 생사 윤회(生死輪回)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中黃經》
구령(九靈) : 역시 도가의 용어로, 심(心)은 강궁 진인(絳宮眞人), 신(腎)은 단원궁(丹元宮) 진인, 간(肝)은 난대궁(蘭臺宮) 진인, 폐는 상서궁(尙書宮) 진인, 비(脾)는 황정궁(黃庭宮) 진인, 담(膽)은 천령궁(天靈宮) 진인, 소장(少腸)은 현령궁(玄靈宮) 진인, 대장(大腸)은 미진궁 (未盡宮) 진인, 방광(膀胱)은 옥방궁(玉房宮) 진인이 된다고 한다.《金丹大要 精氣神說》
연홍(鉛汞) : 도가에서 단약(丹藥)을 만드는 흑연(黑鉛)과 수은(水銀)인데, 여기서는 단약을 말한다.
용호(龍虎) : 도가(道家)의 용어로, 수(水)와 화(火)를 말한다. 《진전(眞詮)》 주(注)에 “용은 본시 감수(坎水)로서 화를 내고, 호는 본시 이화(離火)로서 수를 낸다. 이는 수와 화가 서로 생생(生生)하는 이치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