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易)의 괘ㆍ효ㆍ단ㆍ상에 대한 변증설
(고전간행회본 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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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易)》의 괘(卦)ㆍ효(爻)ㆍ단(彖)ㆍ상(象)은 이미 선유(先儒)들의 소주(疏注)가 있으므로, 후세 사람들은 깊이 파고들거나 헛갈리게 할 필요가 없겠는데, 근세 명(明) 나라ㆍ청(淸) 나라 사람들의 기록이 많으므로 아울러 수록하니, 이는 절충하는 데 자료로 삼기 위함이요, 이설(異說)에 현혹되어 그러는 것은 아니다.
명 나라 승암(升菴) 양신(楊愼)의《단연여록(丹鉛餘錄)》 괘명류(卦名類)에는, “《역》이라는 것은 노전(盧)의 이름이다.” 했으니, 수궁(守宮)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수궁은 바로 석척(蜥蜴 : 도마뱀)이다. 용(龍)과 그 기(氣)가 서로 통하므로 비를 빌 수도 있고, 과두(蝌蚪 : 올챙이)와 같이 생겼으므로 우박을 토해낼 수도 있다. 몸의 빛깔은 고정됨이 없이 하루에 열 두 번씩 변하여 바뀐다 하니,《역》이란 그 변하는 것을 취한 것이다.
청 나라 완정(阮亭) 왕사진(王士禛)의《거이록(居易錄)》에도 이를 인용하면서, “이 말은 매우 깊이 파고든 것이며, 어느 책에서 나왔는지 보지 못했다.”고 했으니, 혹 승암의 기록한 바를 보지 못해서 그러한 것인가? 내가 보건대, 승암은 역시 억설(臆說)을 한 것이 아니고, 근본한 바가 있는 말이다.
《설문(說文)》의 석척 밑에 허신(許愼)은, “역(易) 자는 전문(篆文)에 상(象) 자 모양이다.” 했고, 육전(陸佃)은, “석척의 빛깔이 변하여 바뀌고 우박을 토해 내는 것은 음과 양이 갈리어 바뀌는 뜻이 있으니,《주역》이라는 이름은 대개 이를 취한 것이다.” 했다. 육전은 방옹(放翁) 유(游)의 증조(曾祖)로 왕안석(王安石)에게서 경(經)을 받았으니, 그의 저술은 분명 왕안석의《자설(字說)》을 따라 부회(附會)한 바가 있다.
괘에 대하여 공영달(孔穎達)은, “괘란 괘(掛)의 뜻으로, 벽에 거는 것과 같다.”고 했으니, 대개 물건을 거는 말과 같다는 뜻인데, 여러 선비들은 다 그 설을 따르고 다른 해설이 없었으나 양신만은 틀린 것이라고 하였다. 즉 “말뚝이라면 벽에 걸 수도 있겠지만《주역》의 괘를 어떻게 벽에 걸 수 있겠는가? 괘란 규(圭)와 같은 것이다. 옛날 저울을 만들고 분량을 제정할 때 64개의 기장[黍]알을 한 규로 삼았은즉, 64상(象) 전체의 이름을 괘(卦)라고 해야 옳다.”고 하였다.
응소(應劭)는, “규란 자연의 형태이며, 음양의 처음이다.”고 했으니, 괘라는 것도 자연의 형태이며 음양의 형상이다. 그 글자 됨됨이도 복(卜)을 따라 뜻을 삼았고 규(圭)를 따라 발음을 하였으니 또한 두 뜻을 겸한 것이며, 고문(古文)에서도 규의 음도 괘라고 했다 하는데, 지금 괘(掛) 자도 수(手)를 따라 뜻이 되고 규를 따라 발음이 된 것이라면, 규의 음이 바로 괘(卦)였음이 증명되는 것이다.
괘(卦) 자를 고문에서는 규(圭) 자로 썼다.
효(爻)는 빗살창[交疏窓]과 같으니 빗살창은 모양이 요즘 상안창(象眼窓)과 같은 것이다. 한 창의 구멍이 64개이므로, 6개 창의 구멍은 모두 3백 84개이다. 효에서는 방통(旁通 가로와 세로로 통함)의 뜻을 취한 것이요, 괘에서는 말뚝처럼 걸 수 있음을 취한 것이다. 효의 옛 글자는 빗살창의 모양을 형상하였다.
단(彖)은 모신(茅神)의 이름으로, 희신(狶神)이 바로 그것이다.
단은 또한 모서(茅犀)라고도 하는데, 모양이 무소와 같으나 뿔이 작으며, 길ㆍ흉(吉凶)을 잘 안다. 교광(交廣)에 있는데 그곳 사람들이 희신(狶神)이라 부른다.
무소처럼 생기고 뿔이 하나이며 기미(幾微)를 알고 상서로움을 안다고 한다. 그렇다면《주역》에서 단이란 그 기미를 취한 것이다.
《거이록》에, “단은 무소와 같으나 뿔이 작고 길하고 흉함을 알며, 귀는 손바닥처럼 크고, 눈은 항상 웃음을 띠고 있다. 양월(兩粤 위 교광(交廣) 주석과 같음)에 나는데, 동월(東粤)에서는 모서(茅犀)라 하고, 서월(西粤)에서는 저신(豬神)이라 하며, 그것을 만나면 길(吉)하다.” 했고, 명 나라 담회(覃懷) 사람 사응선(史應選)의《하락이수(河洛理數)》에는, “모신(茅神)은 맹수(猛獸)의 이름이며 단(彖)은 극히 큰 짐승의 이름인데, 고개를 숙여 한 번 바라보면 그 전체를 다 보므로, 한 괘(卦)의 전체를 통론(統論)하는 뜻으로 썼으며, 이빨이 무척 단단하여 물건을 물어뜯을 수 있으므로 괘의 뜻을 결단하는 이름으로 쓴 것이다.” 했다.
상(象)은 매우 큰 짐승이며, 산[生] 상을 본 사람은 드물고, 그 그림을 보고서 그 형체를 상상하여 상(像)이라고 이름하였으므로, 그 글자 됨이 인(人)이 상(象)에 붙은 것이다.
《한비자(韓非子)》 해로편(解老篇《한비자(韓非子)》의 편명)에, “사람이 산 상(象)은 보기가 드물기 때문에 죽은 상의 뼈를 얻고 그 그림에 비추어 살았을 때를 상상했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제각기 상상하는 것을 다 상(象)이라 한다.” 했고, 사응선의《하락이수》에는, “상은 온갖 짐승의 고기를 갖추어 분수가 있는 것이 마치 효(爻)가 온갖 물건의 이치를 갖추어 있는 것과 같다.”고 했고, 청 나라 궁몽인(宮夢仁)의《독서기수략(讀書紀數略)》에는, “상의 몸에는 열두 가지 짐승과 비슷한 고기를 갖추었는데 쓸개도 달에 따라 옮겨지며, 가령 정월[寅月]이면 바로 범고기[虎肉]와 비슷해진다.”고 했으며, 사조제(謝肇淛)의《오잡조(五雜俎)》에는, “상은 온갖 짐승의 고기를 갖추고 있는데 오직 코만이 그 본래의 고기이며, 기름지고 연하고 달고 맛이 있다.” 하였고,《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고기 중에 맛있는 것은 모상(髦象)의 약(約)인데 약은 바로 코이다.”고 했다.
서현(徐鉉)은, “상의 쓸개는 철따라 발에 옮겨다니는데, 봄에는 앞쪽 왼발에 있고 여름에는 앞쪽 오른발에 있고 가을에는 뒤쪽 왼발에 있고 겨울에는 뒤쪽 오른발에 있다.”고 했으며, 또 상고하건대, “상의 쓸개는, 북두(北斗)의 자루가 가리키는 데를 따른다.”고 하였고, 속담에도, “사람의 마음은 코끼리 쓸개 같고, 세상 일은 물개간[獺肝] 같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이익(李瀷)의《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단(彖) 자와 상(象) 자는 모두 시(豕) 자가 붙었으니, 반드시 다 상(象)의 이름이다. 상의 글자 됨이 코끼리의 형상이니, 위의 두 획은 그 이빨을 형상한 것이고, 다음 한 획은 코를 형상한 것이며, 단(彖)의 글자 됨도, 상(象)에서 이빨만 떼고 코는 그대로 둔 것이다. 상의 짐승 됨이 열 두 가지 고기가 있는 것은, 십이신(十二辰)을 형상한 것이고 새끼를 밴 지 5년이 되어야 낳는 것은 재윤(再閏 윤년(閏年)은 5년 만에 두 번이 듦)을 형상한 것이며, 60년이 되어야 뼈가 바야흐로 완전해지는 것은 간지(干支)의 시종(始終)을 형상한 것이다. 다닐 때는 반드시 왼발을 먼저 내딛고, 그 쓸개는 봄에는 앞쪽 왼발에 있고 여름에는 앞쪽 오른발에 있고 가을에는 뒤쪽 왼발에 있고 겨울에는 뒤쪽 오른발에 있다고 한다. 송 나라 순화(淳化 태종의 연호) 때에 봄에 죽은 코끼리가 있었는데, 쓸개를 앞쪽 왼발에서 얻었다고 하니, 그 옮겨지는 것은 사철[四時]을 형상한 것이다. 그 활용(活用)이 이빨에 있는데, 우레소리를 들으면 문채가 생기는 것은 하늘과 땅이 기운을 감응하는 것을 형상한 것이니,《주역》에 상이라 칭한 것은 그 뜻이 실로 적합하다. 두 이빨이 코의 양쪽으로 나왔는데 수컷은 길이가 7~8자나 되지만, 암컷은 한 자 남짓한데, 암컷은 이빨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정(靜)한 것은 음에 속하고 동(動)한 것은 양에 속하는데, 상(象)에서 그 이빨만 떼어 버리면 단(彖)이 되니, 단은 반드시 모상(母象)을 이름이다. 괘가 정하면 음에 속하고 괘가 동하면 양에 속하므로 괘사(卦辭)에서는 단이라 하고 효사(爻辭)에서는 상이라고 했는데, 《역경질서(易經疾書)》에 자세히 나타났다.”고 했다.
내가 청 나라《강희자전(康熙字典)》의 단(彖) 자에 대한 주(注)와《설문(說文)》에, “시(豕)는 주(走)다.”고 한 것과 또《유편(類編)》에, “상(賞)과 씨(氏)의 반절음(半切音)이 시인데, 이것이 곧 시(豕)의 종류이다.”한 것과 승암이 인용한, “단의 이름은 희신(狶神)이다.”한 것과 어양(漁洋)이 인용한, “단의 이름은 저신(猪神)이다.”한 것을 상고해 보건대, 단은 시(豕)의 종류이다.
그렇다면,《성호사설》에, ‘단은 모상(母象)이다.’고 한 것은 매우 어긋난다. 그 상아(象牙)의 해설에 있어서도 ‘상아가 우레에 감응되어 문채가 생긴다.’는 것은 바로 왕개보(王介甫)의《자설》에, 「상아는 우레에 감응되어 문채가 생긴다」고 한 말이며, 천상(天象 하늘의 일월성신(日月星辰)을 이름)도 기운에 감응하여 문채가 생기는 것이므로, 천상 역시 상(象) 자를 써서 그 문채에 대한 것을 인용한 것이며, 승암의 상의 해설에, ‘사람이 산 상을 보기 드물다.’고 한 것도《한비자》 해로편에 말한 것을 그대로 따라서 말한 것이다.
《주역》 계사(繫辭) 주에, “단은 한 괘를 총괄한다는 뜻이다.” 했고, 또한 “단은 재(材)이다.” 했는데, 주에, ‘재는 재덕(才德)이니 괘의 재(材)를 이루어 괘의 뜻을 통할하는 것이다.’ 했으며,《정의(正義)》에는, “단(彖)은 끊는다는 뜻이니, 한 괘를 단정하는 것이므로, 단(彖)이라 이름했다.”고 하였다. 이것이《주역》의 괘ㆍ효ㆍ단ㆍ상의 해설에 대한 바른 뜻이요, 이 밖의 것은 다 틀리거나 조리가 없는 해설들이다. 그러나 기왕 그 설들이 있었으니, 경(經) 밖의 뜻이라도 고증하도록 갖추어 싣는다.
청 나라 연경(揅經) 완원(阮元) 같은 이도 단자에 대한 해설이 있다. 즉,“단의 음(音)은 마땅히 이(弛) 자와 같이 읽어야 된다.”고 하였는데, 그 주석이 매우 길므로 이 다음에 상고하기로 한다.
완원의 말에, “《주역》에 단의 발음을 지금 세속에서 모두 단(團)의 음으로 읽는데 그것은 옛 음과 다르다. 옛 음에서는 이(弛) 자와 같이 읽었는데, 음이 재(才) 자와 비슷하고 또 여(蠡) 자와도 비슷하므로 계사전(繫辭傳)에, ‘단은 재(材)이다.’고 하였은즉, 이는 옛 음훈(音訓)과 서로 겸한 것이므로, 단자의 음은 분명 재(才) 자의 음과 같은 것이다.”고 하여, 그 설이 매우 호한(浩瀚)하다.
역(易)의 …… 변증설 : 이는 변화하고 조화를 부리는 동물에 《역》을 비하여 《역》 자체가 그 동물처럼 변화하는 것을 변증한 것인데, 대개 괘ㆍ효ㆍ단ㆍ상에 대한 제가(諸家)의 설을 들어 그 설의 합리 여부를 논하였으며, 괘ㆍ효ㆍ단ㆍ상 이 네 글자에 대해 하나하나 그 자형(字形)을 풀이하여 이치에 맞는다는 것을 증언하였다.
수궁(守宮) : 원주에 ‘수궁은 도마뱀[蜥蜴]으로 올챙이[蝌蚪]와 같이 생겼으며 우박을 토해 낼 수도 있다.’고 한 것과, 원문에, “고정된 빛깔이 없다.”고 한 것을 보면 안개, 즉 기포(氣泡)를 토해 내는 도룡뇽을 지칭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박물지》에는, “주사(朱砂)를 먹여서 기르면 빨개지므로 곱게 찧어서 여자의 몸에 찍어 두면, 붉은 점이 없어지지 않는데, 결혼하면 없어지므로 수궁(守宮)이라 한다.”고 하였다.
교광(交廣) : 지금의 광동(廣東)과 광서(廣西) 사이 즉 오령(五嶺) 지대를 이른다.
시종(始終) : 갑자(甲子)에서 시작하여 계해(癸亥)에 마침을 말한다.
《역경질서(易經疾書)》에 …… 나타났다. : 《성호사설(星湖僿說)》 경사문(經史門) 단상(彖象) 조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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