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괘(序卦)에, “대유괘가 이 때문에 동인괘의 다음이 된 것이다.[大有所以次同人也]” 운운하였는데, 동인괘는 한 음(陰)이 사람의 자리인 이효에 있으면서 다섯 양(陽)이 그와 함께한다. 그러므로 동인이라 한 것이다. 대유괘는 한 음이 임금의 자리인 오효에 있으면서 다섯 양이 그에 귀의한다. 그러므로 대유라고 한 것이다.
○ 불이 하늘 위에 있으면 능히 만물을 두루 비출 수가 있어서 만물이 그 형체를 숨길 수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를 본받아서 악을 막고 선을 드날리는 것이다. 또 ‘알악(遏惡)’은 건(乾)의 강건함을 본받은 것이고, ‘양선(揚善)’은 이(離)의 밝음을 본받은 것이다. ‘천(天)’과 ‘명(命)’은 건(乾)의 상이다. ‘순천휴명(順天休命)’은 이(離)의 오효(五爻)가 건(乾)에 응함을 본받은 것이다. 또 괘의 체(體)를 보면, 건천(乾天)이 안에 있고 이명(離明)이 바깥에 있는바, 선(善)을 밝히고 성(性)을 회복하는 상이 있으며, 바깥에서 밝히기 때문에 안에서 보존되는 것이다. 본의(本義)에서 이른바 ‘자신에게 돌이킨다[反之於身]’는 것은 이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 초구는 건체(健體)이면서 바른 자리에 거하였다. 초효(初爻) 자리에 있어서 응함이 없으니, 해가 되는 것에 사귀지 않는 상이 있다. 해가 되는 것에 사귀지 않으므로 ‘비구(匪咎)’라고 한 것이다. 양(陽)의 성질은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데다 건체(健體)에 있으니, 반드시 잃어버리기 쉬운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간(艱)’으로써 경계시킨 것이다. 또 그렇게 하면 능히 해를 면할 수 있으므로 ‘무구(无咎)’라고 한 것이다.
○ ‘적중(積中)’은 부드럽고 텅 비어서 능히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을 취한 것으로, 이효(二爻)를 가리킨다. ‘불패(不敗)’는 강건(剛健)하여 능히 행하는 상을 취한 것으로, 양(陽)인 구(九)를 가리킨다.
○ 구삼이 변하면 유(柔)한 음(陰)이 되어 바르지 않으며, 또 감체(坎體)에 있게 된다. 그러니 어찌 해(害)를 면할 수 있겠는가.
○ 구사는 강(剛)한 양(陽)으로서 유(柔)한 음(陰)의 자리에 있으니 겸양하는 것이며, 체(體) 또한 이명(離明)이다. 겸양하여 마음을 비우고 밝게 분변하니, 이 때문에 지나치게 성하게 하지 않는 ‘비기팽(匪其彭)’의 상이 있는 것이다.
○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일정한 자리에 있어서 서로 교제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易)’는 여러 양(陽)이 쉽게 여기는 것이다.
○ 오효의 윗자리는 하늘의 자리이다. 그러므로 ‘천(天)’이라고 한 것이다. 상효가 오효를 밟고 있는 것은 믿는 것이고, 윗자리에 있는 것은 순응하는 것이며, 오효를 따르는 것은 어진 이를 숭상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하늘이 돕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로부터 돕는다’ 한 것이다. 또 상효는, 전체로써 말하면 일[事]의 바깥에 있고, 한 괘로써 말하면 이(離)의 지극함에 있고, 자리[位]로써 말하면 부드러우면서도 비어 있는 것이다. 밝음은 이치를 밝히기에 충분하고, 강함은 의(義)로 결단하기에 충분하며, 비우고서 차지하지 않음은 덕이 지극한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로부터 돕는 상이 있는 것이다. 혹자는 말하기를, “오효가 유(柔)한 음으로서 상효를 받드므로 하늘이 돕는 상이 있는 것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