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감(習坎)
은 정성이 있어서 마음 때문에 형통하니, 가면 가상함이 있다.[習坎 有孚 維心亨 行 有尙]
○ 감(坎)은 심(心)의 상이 된다. ‘행(行)’은 역시 감의 수(水) 상이다. 감의 수는 아래를 적시나 아래로 더욱더 내려가면 빠지게[陷] 된다. 그러므로 상(尙)이 된다. 이(離)의 화(火)는 위로 치솟으나 더욱더 위로 올라가면 타게 된다. 그러므로 ‘그치는 것[止]’이 길(吉)이 된다.
왕공이 험함을 설치하여 나라를 지킨다.[王公 設險 以守其國]
○ ‘왕(王)’은 오효를 가리키고, ‘공(公)’은 이효를 가리킨다.
초육은 습감에 깊은 구덩이로 들어감이다.[初六 習坎 入于坎窞]
○ ‘습감(習坎)’은 범범히 괘의 이름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담(窞)’은 아래의 감(坎)을 가리키니, 구덩이 속에 다시 구덩이가 있는 것이다.
육삼은 오고 감이 험하고 험하다.[六三 來之坎坎]
○ ‘내지(來之)’는 육삼이 두 괘의 사이에 있으므로 그 상을 취한 것이다.
육사는 동이의 술과 그릇 둘을 질그릇으로 사용하고, 맺음을 들이되 들창을 통해서 하면 끝내 허물이 없다.[六四 樽酒 簋貳 用缶 納約自牖 終无咎]
○ 쌍호 호씨가 말하기를, “‘준(樽)’은, 호체가 진(震)인바 진의 목(木) 상이다. 감(坎) 역시 목(木)이 된다. ‘궤(簋)’는, 호체가 진(震)인바, 진의 죽(竹) 상이다. ‘부(缶)’는 옹기그릇으로, 곤토(坤土)이다. 감수(坎水)의 복체는 이(離)로, 화(火)의 상이다.” 하였다. 운봉 호씨가 말하기를, “감괘(坎卦) 가운데에는 이(離)가 있다. ‘자유(自牖)’는 이(離)의 비고 밝은 상이다.” 하였다.
내가 생각해 보건대, 아래로는 진목(震木)이고 위로는 감수(坎水)이며, 삼효와 사효 두 효는 가운데가 비어서 물을 담고 있다. 그러니 동이 속에 술이 담겨져 있는 ‘준주(樽酒)’의 상이 있다. 아래의 진(震)은 죽(竹)이고, 위의 간(艮)은 수(手)이다. 그러니 대나무로 만든 그릇인 궤(簋)가 되는 상이 있다. 초효부터 사효까지는 음(陰)이 셋으로 곤토(坤土)가 되고, 삼효부터 상효까지는 음이 셋으로 곤토가 되며, 가운데 두 양은 감수(坎水)가 되는데, 이를 섞으면 진흙이 된다. 감(坎)의 복체는 이화(離火)인바, 불로 진흙을 구우니 질그릇인 부(缶)의 상이 있다. -이상은 쌍봉 호씨의 설을 넓힌 것이다.
감(坎)은 혈(穴)이 되는바, 유(牗)의 상이 있다. 또 이효부터 오효까지는 가운데가 비어 있어 이(離)의 상과 비슷하다. 감(坎)은 이(耳)가 된다. 사효가 감(坎) 안에 있으니, ‘납약(納約)’의 상이 있다. -‘약(約)’은 맺는다는 뜻인 결(結)이다.
○ 본의(本義)에 운운하였다. 살펴보건대, 《관자(管子)》 제자직(弟子職)의 주(註)에 “‘이(貳)’는 다시 더해 주는 것이다. 살펴보고서 다 떨어진 것이 있으면 더 보태 주는 것이다. ‘협(挾)’은 젓가락이다. ‘비(匕)’는 솥에 담긴 것을 뜨는 것이다.” 하였다. 이는 제자(弟子)가 존장(尊長)에게 음식을 올리는 예(禮)이다. -삼이(三貳)는 주정(酒正)에 나온다.
○ 주(註)에 임천 오씨(臨川吳氏)가 운운하였다. 대제(大祭)에 한 동이를 쓰면 세 동이로써 더해 주고, 중제(中祭)에 한 동이를 쓰면 두 동이로써 더해 준다.
구오는 구덩이가 차지 못하였으니, 이미 평평함에 이르면[九五 坎不盈 祗旣平]
○ 전(傳)에 나오는 ‘평(平)’은 가득 찬 것이다.
○ 본의(本義)를 보면, 구오가 비록 감(坎)의 가운데 있으나 단지 평평하기만 할 뿐 가득 채우지는 못하였다고 하였다. 내가 생각해 보건대, 감괘는 아래 획에 흠이 있으니 유(流)의 상이고, 위의 획에 흠이 있으니 안(岸)의 상이다. 짝이 없으면 차게 되고, 차면 평평하게 되어서 나오는 것이다.
상육은 매되 동아줄을 사용하여 가시나무 숲 속에 가둬 두니, 삼 년이 되어도 면하지 못한다.[上六 係用徽纆 寘于叢棘 三歲 不得]
○ 쌍호 호씨가 말하기를, “‘휘묵(徽纆)’은 옥중(獄中)에서 묶어 놓는 끈 이름이다. 감(坎)의 형옥(刑獄)을 인하여 상을 취한 것이다. ‘삼세(三歲)’는 상괘 세 효의 상이다.” 하였다. 내가 생각해 보건대, 상효가 변하면 손(巽)이 되는데, 손은 승(繩)이 된다. 감(坎)을 인하여서 손(巽)이 되므로 휘묵(徽纆)의 상이 되는 것이다. ‘계(係)’는, 호체가 간(艮)으로 간의 수(手) 상이다.
‘총극(叢棘)’은, 《주례(周禮)》 추관(秋官) 사구(司寇)에 “조사(朝士)는 외조(外朝)의 정법(政法)을 세우는 것을 관장한다. 왼쪽에는 아홉 개의 극목(棘木)을 세우는데, 이곳에는 고경(孤卿)이나 대부(大夫)가 자리하며, 여러 사(士)들이 그 뒤에 있다. 오른쪽에는 아홉 개의 극목을 세우는데, 이곳에는 공(公)ㆍ후(侯)ㆍ백(伯)ㆍ자(子)ㆍ남(男)이 자리하며, 여러 관리들이 그 뒤에 있다. 앞쪽에는 세 개의 괴목(槐木)을 세우는데, 삼공(三公)이 그곳에 자리하며, 주장(州長)이나 뭇 서인(庶人)이 그 뒤에 있다. 왼쪽에는 가석(嘉石)을 설치하는데, 이로써 파민(罷民)들을 감화시킨다. 오른쪽에는 폐석(肺石)을 설치하는데, 이로써 궁민(窮民)들의 하소연을 상달(上達)한다.” 하였다. -그 주(註)에 “‘극(棘)’은 속이 붉으면서 겉에 가시가 달린 것을 취한 것이다. 괴(槐)라는 말은 품어준다[懷]는 뜻이다. 오는 사람을 이곳에서 품어주어 그와 더불어 정사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고경’은 수가 아홉이고, 제후는 복(服)이 아홉이다. 그러므로 모두 아홉 개의 극목을 세우는 것이다. ‘삼공(三公)’은 상공(上公)으로, 세 사람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괴목을 세우는 것이다. ‘파민’은 게을러서 스스로 자강(自強)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였다.
○ 사구(司寇)가 가시나무 아래에서 옥사(獄事)를 처리한다.
○ 《주례》에 대한 정현(鄭玄)의 주(註)에 “‘환토(圜土)’는 옥성(獄城)으로, 둥근 모양이다.” 하였다.
[주A-001]역상설(易象說) : 본 역상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역(周易)의 기본 원리와 용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역상설 끝에 해설을 간략하게 덧붙였다.[주D-001]습감(習坎) : 감괘(坎卦)를 말하는데, 습(習)은 거듭함을 말한다. 다른 괘에서는 같은 괘가 반복되어도 습(習) 자를 붙이지 않는데, 유독 감괘에서만 습 자를 붙였다. 이에 대해서 서괘전(序卦傳)에 “감괘에서만 습 자를 더한 것은 거듭 험함[重險]으로, 험한 가운데에 다시 험함이 있는바, 그 뜻이 큼을 나타낸 것이다.” 하였다.[주D-002]상(尙)이 된다 : 이 부분은 아래의 ‘그치는 것이 길(吉)이 된다.’는 글을 참고해 보면, 아마도 빠진 글자가 있는 듯하다.[주D-003]본의(本義)에 운운하였다 : 이 부분의 본의에 이르기를, “이(貳)는 더해 주는 것이다. 《주례》에 ‘대제에는 세 번 더해 준다.’ 하였고, 제자직에 ‘왼쪽으로는 빈 그릇을 잡고 오른쪽으로는 숟가락을 잡아 주선하여 더해 준다.’ 한 것이 이것이다.[貳 益之也 周禮 大祭三貳 弟子職 左執虛豆 右執挾匕 周旋而貳 是也]” 하였다.[주D-004]삼이(三貳)는 주정(酒正)에 나온다 : 《주례》 천관(天官) 주정(酒正)에, “대제에는 세 번 더해 주고, 중제에는 두 번 더해 주고, 소제에는 한 번 더해 준다.[大祭三貳 中祭再貳 小祭壹貳]” 하였다.[주D-005]임천 오씨(臨川吳氏)가 운운하였다 : 임천 오씨가 이르기를, “동이[樽]로써 술을 담고, 그릇[簋]으로써 음식을 담는다. 또 질그릇[缶]으로써 술을 담아 동이에다 더해 준다.” 하였다.